석유없이 세상을 달린다…녹색 교통혁명
프랑스·오스트리아·일본의 ‘탈석유’ 실험...
고유가와 기후변화로 대표되는 최근의 세계 상황은 교통분야에서도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승용차, 가솔린으로 대표되던 지금의 도로교통체계가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기 시작했고, 이미 유럽에서는 탈자동차, 탈석유(oil-free) 운동이 일반화되고 있다.
자동차의 천국인 미국에서도 자전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석유를 100%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지자체별로 녹색교통수단 이용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녹색교통은 이제 선택이 아닌, 기본 교통수단으로서 새로운 전환이 모색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체 에너지 사용에 있어 수송부분이 차지하는 비율이 더욱 높아 녹색교통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외국 도시의 녹색 교통혁명 사례를 통해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을 주고 있는지 살펴보자.
파리의 무인 자전거대여 서비스 벨리스
먼저 프랑스 파리시를 보자. 대부분 프랑스 도시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녹색교통혁명 메뉴는 무인자전거 대여서비스 시스템과 주요 간선도로에서 승용차 이용공간을 줄이고, 줄어든 도로 공간에 노면전차(Tram)을 도입하는 것이다. 파리시도 베르트랑 들라노에 시장 주도하에 이제는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공영자전거 유료대여시스템인 벨리브(Velib, 자전거(Velo)와 자유(Liberte)라는 말의 합성어) 시스템을 도입하였다.
벨리브 시스템은 도입 초기 한달간 이용자가 150만 명에 달했고 이후 이용자가 꾸준히 증가하여 시스템이 지속적으로 확충되고 있다. 파리시의 벨리브 열풍은 런던을 비롯한 유럽 대도시로 확산되었고, 우리나라도 일산시와 송파구 등 자치단체에서 도입을 추진하거나 운영 중에 있다.
파리시 녹색교통혁명의 또다른 핵심은 주요간선도로에 노면전차(Tram)을 설치하는 것이다. 파리시는 특히 노면전차가 지나는 궤도 이외의 공간에는 녹색잔디를 심어 도시의 쾌적성을 더하고 있다. 이외에도 파리시는 도심지의 도로를 대상으로 도로 공간의 반을 버스, 자전거, 택시 등 녹색교통에 할애하는 획기적인 도로 설계를 통해 시민들의 녹색교통 이용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폐식용유로 달리는 시내버스
오스트리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그라츠에서도 녹색교통혁명이 실현되고 있다. 인구 25만 명이 모여 사는 이 도시에서는 모두 152대의 시내버스가 운영되고 있는데, 모든 버스는 일반디젤이 아닌 100% 폐식용유로 만든 바이오디젤을 연료로 사용하고 있다.
1994년부터 시작된 그라츠시의 탈석유실험은 시의 모든 버스를 콩기름디젤유로 달리게 만들었고, 택시와 화물차도 바이오디젤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 그라츠시의 사례는 일반시민이 폐식용유 수집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녹색 대중교통혁명을 일궈낸 데에서 더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경전철 만들자 교통정체 크게 줄어
마지막으로 녹색교통혁명의 사례로 소개하고 싶은 도시는 이웃 일본의 토야마시이다. 토야마시는 인구밀도가 낮고 시가지가 넓게 퍼져있는 형태이기 때문에 자동차 교통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도시 대중교통은 쇠퇴한 형태를 보이고 있었다. 또한 자동차 의존도 증가로 인해 CO2배출량이나 에너지량이 증대하는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토야마시는 2004년부터 ‘대중교통을 축으로 한 도시계획’이라고 하는 기본방침을 가지고 새로운 토야마형 컴팩트한 도시계획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것에 의해서 CO2나 에너지 부하가 작은 지속가능한 도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컴팩트한 도시계획의 우선 프로젝트로서 토야마시는 이용자가 줄어 폐선위기에 있던 기존 일본철도(JR) 토야마 노선의 저상 경전철(LRT)화를 진행했다. 이전까지 토야마 노선이 매일 60~100분 간격으로 운행되어 이용수요가 자꾸 감소한다는 점을 고려해 역간 간격을 줄이고 3개의 새로운 역을 설치해 운행서비스를 3.5배 향상시키는 서비스 개선을 실현한 것이다.
시민과 정부가 함께 만드는 녹색혁명
이 결과 LRT 이용수요가 늘고 특히 승용차에서 LRT로 전환하는 사람(11.5%가 전환)이 많아지면서 차가 적어지고 교통정체가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 토야마시의 녹색교통혁명 사례는 단순히 교통측면만이 아닌 도시계획 차원의 적극적 개혁이고 공공시설에 민영화 개념을 과감히 도입한 좋은 사례로 볼 수 있다.
앞의 외국도시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 없이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사회구현을 위한 민관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광훈(서울시정개발연구원 도시기반연구본부장)